코로나19로 한국·중국·일본에서 열 예정이었던 각종 대회들이 연이어 취소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경우 2월 중순~3월 초에 치르기로 한 3개 대회를 취소했다.
태국, 싱가포르, 중국 등 코로나19가 확산된 국가에서 예정됐던 대회들이 모두 취소됐다.
이어 PGA 투어 차이나 시리즈 개막 역시 3월 말에서 5월 말로 두 달 늦춰졌다.

글 방제일 기자

한국과 일본의 투어 대회들이 연이어 코로나19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는 3월 5일부터 오키나와 류큐 골프클럽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토너먼트 대회를 전격 취소했다. JLPGA는 오는 4월 2일 시즌 두 번째 대회인 요코하마 타이어 골프 토너먼트마저도 취소됐다. 최근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문화 행사 중단 지침을 내린 터라 개최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연이어 취소됐다. 3월 대만에서 열 예정이었던 대만 여자오픈을 지난 2월 12일에 일찌감치 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3월 3일엔 시즌 국내 두 번째 대회인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는 스폰서 기업인 셀트리온그룹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셀트리온그룹은 “국민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바이오 전문기업으로서 국가적 위기사태인 코로나19 확산에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출전선수와 갤러리의 건강, 안전을 위해 부득이 올해 경기는 취소하기로 KLPGA와 합의했습니다. 셀트리온그룹은 이번 사태의 확산 방지 및 극복을 위해 정부 및 유관기관들과 협력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려로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또한 결국 취소됐으며,4월의 세 번째 대회로 계획됐던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역시 코로나19 탓에 시즌 일정표에서 빠지게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번 시즌 총 4개 대회가 취소된 KLPGA 투어의 다음 일정은 4월 30일 개막하는 크리스 F&C 제42회 KLPGA 챔피언십이다.
이밖에도 유러피언투어 또한 개최 예정이었던 말레이시아의 메이뱅크챔피언십과 중국 선전에서 열려고 했던 볼보 차이나오픈을 무기한 연기했다. 여기에 최근 유러피언투어 케냐오픈 골프대회 또한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취소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4월 동아시아 지역에서 여는 골프 대회는 큰 타격을 입는 상황을 맞았다.

이 뿐 아니다. 태국 깐짜나부리 그랑프리 골프클럽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안프로골프투어 로열스컵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취소됐다. 아시안프로골프투어는 태국 보건 당국의 권고에 따라 대회를 나중에 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투어 측은 “현재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실망스럽지만 선수, 대회 관계자의 건강이 최우선이기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PGA투어, LPGA투어도 줄줄이 취소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는 일정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미국도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사망자가 나오는 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PGA 투어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된 모든 접근 가능한 정보를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 모든 관계자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 과제다”면서도 “이미 결정된 계획 이상의 일정 변경은 없다”고 밝혔다. 보건, 방역 등을 더욱 철저히 하지만 일단 대회 연기, 취소 같은 조치는 내리지 않겠단 입장이다.

선수들 또한 코로나19를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악수’다. PGA 투어의 경우 경기가 끝난 후 동반 선수와 캐디, 그리고 그린 옆에 있던 진행 요원을 비롯해 이동 중 팬들과 손바닥을 마주치거나 악수를 하는 관행을 오랫동안 지속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도 대다수 선수가 이 관행을 외면하지 않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선수들 사이에 변화가 일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팬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으로 명성이 높은 리키 파울러다. 파울러는 최근 하던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조심해서 나쁜 건 없다”고 말했다. 잭 존슨 또한 팬들과 손바닥 마주치기 대신 주먹을 마주 대는 방식으로 바꿨다.


사인용 펜도 직접 들고 다니기로 했다. 선수들은 지금까지는 팬이 건넨 펜으로 사인을 해줬다. PGA투어도 선수들이 사인해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있으니 팬들은 양해해달라는 공지를 띄웠다. PGA투어 선수들의 진짜 걱정은 경기 중단 또는 무관중 경기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 테니스 경기가 취소되고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 플레이가 열리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해마다 개최하던 대중음악 축제도 취소되는 등 대규모 행사가 코로나19로 불발되면서 투어 대회도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타났다.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1라운드만 치러진 채 취소됐다.
설상가상으로 4월 개최될 예정이었던 마스터스까지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LPGA 투어는 또한 연이어 대회가 취소되고 있다. 3월 19일부터 시작 예정이던 볼빅 파운더스컵부터 KIA 클래식, ANA 인스퍼레이션 등 3개 대회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취소했다.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태국과 싱가포르, 중국에서 차례로 열릴 예정이던 3개 대회를 취소했던 LPGA 투어는 이번에 미국 본토 대회 3개마저 취소, 최근 6개 대회를 모두 열지 못했다. 박인비는 2월 중순 LPGA 투어 호주오픈 우승 이후 잠시 귀국했다가 2월 말 미국으로 출국, 볼빅 파운더스컵 출전을 준비했으나 4월 초까지 대회가 무산되자 다시 한국에 돌아오기로 했다.


또 고진영은 1월 초부터 미국에서 훈련을 계속했으나 이번 3개 대회 취소 이후 귀국길에 올랐다. 특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6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앞으로 8주간 5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는 열지 말라고 권고했기 때문에 5월까지도 LPGA 투어 대회 개최는 불투명하다. 반면 1월 말 미국으로 출국했던 박성현은 현재 미국에 남아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고진영과 박성현은 아직 2020시즌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고, 박인비는 4개 대회에 나와 우승과 준우승을 한 번씩 기록했다.

골프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전 대륙 스포츠 이벤트가 사실상 마비 상태 이는 비단 골프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가 전 대륙으로 확산되면서 스포츠 이벤트가 연기·취소되거나 관중 없이 치러지는 사례가 급속히 늘고 있다. 전 세계 스포츠계가 사실상 마비 상태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국은 95개국에 이른다.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퍼진 우리나라의 경우 일찌감치 프로스포츠 리그를 중단하거나 연기, 혹은 무관중 경기를 펼치고 있다. 다른 대륙들도 코로나19 확산 조짐에 따라 대응에 나서고 있다.


먼저 프랑스 프로축구는 3월 8일 오전 열릴 예정이던 파리 생제르맹과 스트라스부르의 정규리그 경기를 연기했다. 프랑스에서 코로나19 탓에 프로축구 일정이 연기된건 처음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유럽 대륙에서도 피해가 가장 큰 나라다. 이에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가 무관중 경기에 이어 결국 4월 3일까지 정규리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1898년 출범한 뒤 전쟁이 아니고서야 매 시즌 정규리그를 치러왔던 세리에A도 멈춰섰다. 세리에A는 1차 세계대전으로 1915년부터 1919년까지, 2차 세계대전으로 1943년부터 1945년까지 리그를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이탈리아의 국가적 위기로 이어지자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염병 때문에 리그가 중단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로써 세리에A는 4월 3일까지 리그를 임시 중단하고 뜻하지 않은 휴식기에 들어가게 됐다. 이탈리아 클럽이나 대표팀이 참가하는 국제 대회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지만, 무관중으로 치르게 될 확률이 높다.

기나긴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축구에서 리그가 중단되는 일은 대부분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만 벌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전신인 풋볼 리그는 세리에A와 마찬가지로 세계 제1·2차대전 때 중단된 뒤 한 번도 중단되지 않고 일정을 치러왔다. 프랑스도 2차 세계대전 여파로 인해 프로축구가 전면 중단된 뒤 다시 개편해 오늘날까지 이어져왔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내전 기간이었던 1936년부터 1939년에만 리그를 중단한 경험이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마라톤은 3월 15일에서 오는 10월25일로 연기됐다. 스페인 확진자 수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마라톤 대회 주최 측은 참가 예정자 1만7000여명에게 10월25일 또는 내년 3월 대회 중 하나를 골라 출전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줬다.
스리랑카(확진자 1명)에서 열린 크리켓 대회는 참가 선수들에게 손 세정제와 소독용 물티슈, 코 세정제 등이 포함된 ‘방역 패키지’를 지급했다. 선수들은 악수를 하는 대신 주먹을 맞대며 인사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선수 감염 사례도 나왔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릴 예정이던 6개국 여성 럭비대회 프랑스와 스코틀랜드의 경기는 스코틀랜드 선수가 코로나19로 확진돼 연기됐다.
경기장도 폐쇄됐다.

아프리카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세네갈은 이달 출범할 계획이던 아프리카 농구리그를 연기했고, 아직 확진자가 없는 케냐도 유러피언 투어 케냐오픈 골프 대회를 취소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역시 바이러스 확산을 피해가지 못했다. 무슬림들의 메카 성지 순례를 중단시킨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3월 7일부터 모든 스포츠 이벤트를 무관중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키르기스스탄 또한 예방 차원에서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취소할 방침이다.


미국 4대 프로츠 또한 코로나19로 비상, 예방책 마련에 총력 기울여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함에 따라 미국 4대 프로 스포츠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4대 스포츠 또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몸살을 알고 있다. 현재 한창 시즌을 진행 중인 미국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축구(MLS)는 물론 정규리그 개막을 준비하는 미국프로야구(MLB)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4대 스포츠 기구의 공통된 목적은 코로나19의 선수단 감염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NBA를 비롯해 NHL에서도 감염 확진자 등이 나옴에 따라 현재 일정을 모두 멈춘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특히 NBA는 유타 재즈의 루디 고베어를 비롯해 브루클린 네츠 선수들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임에 따라 현재 리그가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4월 개막을 앞두고 있는 MLB의 경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정한 코로나19 고위험 지역에 최근 2주 이내에 다녀온 취재진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클럽하우스, 야구장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어 다른 종목과 보조를 맞춰 조만간 취재진의 경기 전후 클럽하우스 출입 통제 기준을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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