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4일, 50세 11개월 최고령으로 ‘PGA 챔피언십’ 우승

필 미켈슨(Phil Mickelson)이 미국 PGA 투어 메이저대회 새 역사를 썼다.
미켈슨은 지난 5월 24일(한국 시간) 끝난 ‘제 103회 PGA 챔피언십’에서 50세 11개월의 나이로 우승, 메
이저대회 역대 최고령 우승자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기록은 1968년 PGA챔피언십에서 줄리어스 보로스(Julius Boros. 미국)가 세운 만 48세였다.
미켈슨은 1970년 6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출신으로 자신의 만 51세 생일을 27일 앞두고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로써 미켈슨은 PGA 투어 통산 45승을 달성했다. 44승을 거둔지 2년 3개월만이다. 현역 선수로는 타이거 우즈의 82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승수다. 메이저 대회로는 지난 2013년 디오픈에 이어 6번째 우승이다.
미켈슨은 가족 사랑이 유별난 골프 선수로 알려져 있고 매너도 좋아 여러 사람들에게 인기다. 미켈슨은 아마추어 때부터 골프 선수로 두각을 나타냈고 프로로 데뷔해선 5살 아래의 타이거 우즈와 라이벌로 지내며 ‘영원한 2인자로’ 불리기도 했다.

글김대진편집국장 

미켈슨의 우승 퍼트가 끝나자 갤러리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를 보냈다.
미켈슨은 퍼터를 오른손에 잡고 두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키아와 아일랜드 오션코스(파72. 7876야드) 18번 홀. 1만여 명의 갤러리가 “고(Go), 필(Phil)”을 외치며 필 미켈슨의 뒤를 따랐다. PGA 투어 골프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미켈슨에게 수많은 팬들이 환호성을 올리며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미켈슨도 잔뜩 상기된듯한 표정이다.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새 역사가 쓰여지는 순간이다. 미켈슨은 경호원의 호위를 받았다. 갤러리 속에 묻힌 동반자 브룩스 켑카는 쉽게 그린에 오르지도 못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미켈슨에게 집중됐다. 검은 옷에 진청색 모자, 검은 신발까지 신은 미켈슨은 그야말로 개선장군과도 같았다. 이제 몇 분 뒷면 골프역사상 새로운 기록이 세워진다. 그는 바로 그 새 역사를 쓴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미켈슨은 방금 18번 홀(파4. 503야드) 페어웨이 왼편 러프에서 아이언 샷으로 멋지게 볼을 그린에 올려놓았다. 공동 2위인 브룩스 켑카와 루이 우스트이즌과는 2타 차. 승부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켈슨이 우승 퍼트를 버디로 마무리하느냐만 남았다. 켑카와 우스트이즌이 먼저 퍼트를 마무리했다. 우승 퍼트를 배려한 것이다. 미켈슨이 버디 퍼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볼은 아쉽게 홀을 조금 빗나갔다. 그러나 승부에는 아무 영향이 없었다.
미켈슨은 아주 짧은 파 퍼트를 끝냈다. 갤러리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가 터져나왔다. 미켈슨은 퍼터를 오른손에
잡고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그리고 이어 캐디를 꼭 껴안았다. 그는 그의 동생이었다. 형제는 뜨겁게 포옹했다. 그리고 미켈슨은 아내 에이미 미켈슨과 통화했다.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골퍼로 알려진 미켈슨에게 그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 미켈슨에게 갤러리들은 아낌 없는 박수와 갈채를 보냈다.
보는 사람들도 흥분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미켈슨은 쇼트게임을 잘 해 ‘쇼트게임의 마법사’로 불린다.
이날도 그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해 벙커샷으로 버디를 잡았다.
드라이버 티 샷으로 볼을 366야드나 보내기도 했다.

미켈슨은 흔히 ‘쇼트게임의 마법사’로 불린다. 쇼트게임을 워낙 잘 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그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5번 홀 그린 주변 벙커에서 샷을 한 볼이 그대
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 홀은 파3, 214야드다. 그가 티샷한 볼이 그린 왼편 벙커에 빠졌다.
미켈슨은 차분하게 벙커샷을 시도했다. 볼은 그림처럼 튀어올라 홀로 들어갔다. 버디를 잡는 순간이었다.
미켈슨은 이날 장타 능력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16번 홀(파5. 583야드)에서 드라이버로 친 티 샷으로 볼
을 366야드나 보냈다. PGA 투어 괴물타자로 불리는 ‘헐크’ 브라이슨 디샘보보다 더 멀리 친 것이다. 2, 30대 선
수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힘을 보여줬다. 이 홀에서 투온(Two-on)에 성공한 미켈슨은 버디를 잡았다.
이번 대회 나흘간 미켈슨은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쳤다.
공동 2위와는 2타 차였다.
이날 만큼은 그가 주인공이었다. 그 누구도 그를 따라오지 못했다.
2인자가 아니라 1인자였다. 그의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50대의 미켈슨이 이번 대회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우승한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집중력을 유지하고 샷을 눈으로 보듯 그려보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몸이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라고 털어놨다.

미켈슨은 이날 ’메이저 사냥꾼’이라 불리는 스무살 아래 켑카와 동반 플레이를 펼쳤다. 1타 차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미켈슨은 1번 홀에서 보기를 했다. 켑카가 버디를 하며 선두 자리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미켈슨이 2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더블보기로 흔들린 켑카를 제치고 다시 선두로 나섰다. 이후 고비마다 쇼트게임 쇼를 펼치며 추격을 따돌렸다. 16번 홀에선 버디를 잡으며 2위와 3타 차까지 벌렸다. 17번 (파3. 231야드)홀에선 티 샷한 볼이 깊은 러프에 빠졌지만 안전한 탈출을 선택해 보기로 막은 것도 노련한 선택이었다. 미켈슨은 18번 홀에선 티 샷한 볼이 페어웨이 왼쪽 러프로 들어갔지만 두 번째 샷으로 멋지게 볼을 그린에 올렸다.
이번 대회 나흘간 미켈슨은 70, 69, 70, 73타를 각각 쳤다.

50대에 접어든 미켈슨이 이번 대회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우승한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그
는 “나이가 들수록 집중력을 유지하고 샷을 눈으로 보듯 그려보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며 “몸이 아니라 정신적인문제”라고 털어놨었다.
이번 대회 직전 미켈슨의 세계 랭킹은 115위였다. 23세였던 1993년부터 무려 26년간 세계 랭킹 50위 안을 지키다가 2019년 11월 처음 50위 밖으로 밀렸다. 작년 8월 이후 PGA 투어 대회에서 상위 20위 안에 한 번도 들지 못했고 컷 탈락이 잦았다. 대신 50세 이상이 참가하는 시니어 투어인 챔피언스 투어에는 3차례 나가 2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는 세계 랭킹을 83계단이나 끌어올려 32위에 올랐다. 6월 9일 현재 세계 랭킹은 31위로 다시 1계단 상승했다.

필 미켈슨이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그가 했다는 커피 다이어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올 6월 16일로 만 51세인 그가 활력을 유지한 비결 중 하나로 ‘커피 다이어트’가 꼽힌다.
미켈슨은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경기를 앞두고는 물과 커피만 마시는 극단적인 식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9년 6일간 모든 음식 섭취를 끊고 물과 특별하게 제조한 커피만 섭취하며 체중 약 7kg을 감량하는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전에 그는 탄산음료와 치즈버거를 즐겼다.
그는 지난해 US오픈 중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원래 나는 식이요법에 대해 무지했다”며 “평소 즐겨 먹던 다이어트 탄산음료의 독성이 얼마나 높은지, 내 몸 속에 넣는 설탕의 양과 그것이 초래하는 염증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했지만, 커피 다이어트를 계기로 식이요법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켈슨이 마시는 커피는 ‘방탄 커피’로 불린다. 총알도 막아낼 만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레시피는 복잡하다. 12~16온스(oz) 에티오피아 원두 커피에 지방을 태우는 효과가 있다는 MCT 또는 XCT 오일 두 세 스푼을 넣는다. 거기에 근육과 인대 재생을 위해 콜라겐 단백질 파우더를 큰 술로 넣는다.
또 입맛을 돋우기 위해 캘리포니아산 바닐라 향의 아몬드 우유 작은 컵으로 한 컵을 넣고, 세포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히말라야 핑크 소금도 탄다.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는 마누카 꿀도 넣고, 항염증 효과를 위해 계피 가루 한 스푼을 섞는다. 불안 증세를 떨어뜨리기 위해 아미노산 L-테아닌 200mg도 담는다.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저(低)탄수화물, 고(高)지방식 다이어트”라며 “체중도 줄이고 활력도 올리자는 의도”라고 말했다. 미켈슨은 올초 세계적 골프코치 데이브 필립스와 손을 잡고 자신의 경험을 담은 커피 브랜드 ‘커피 포 웰니스(Coffee For Wellness)’를 런칭하기도 했다.

미켈슨은 이번 경기에서 366야드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등 힘에서 젊은 골퍼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PGA챔피언십 우승 직후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면 훈련을 더 열심히, 가능한 한 오래해야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늦은 나이에도 이런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 같아 감격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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