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산업지형을 비롯해 사람들의 일상패턴까지 많은 것들을 바꿨다. 사람들이 모여 회식하는 문화는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며, 처음에는 익숙치 않았던 심야 시간 제한도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은 완벽한 일상이 됐다. 마스크 또한 하나의 패션이 됐다. ‘위드 코로나’로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코로나19로 바뀐 비대면 시대의 빛과 그림자를 알아보자.

코로나19 이후 ‘사람이 많은 곳은 위험하다’는 인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집에 머무는 시간을 늘렸다. 이에 따라 배달·배송 서비스와 드라이브 스루 등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였다. 이러한 사람들의 접촉 기피 경향은 이른바 ‘홈루덴스(Home Ludens)’ 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홈루덴스는 집을 뜻하는 ‘Home’과 놀이를 뜻하는 ‘Ludens’가 합쳐진 신조어로 ‘집에서 모든 것을 즐기려는 사람’을 뜻한다.

비대면 일상화에 ‘홈루덴스족’ 뜬다
홈루덴스(Home-Ludens)는 놀이하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호모 대신 집을 의미
하는 홈(Home)을 붙인 신조어로 밖에서 활동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 놀고 즐기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강조하는 ‘비대면’에 맞춰 급증한 집단이 있다. ‘홈루덴스’로 불리는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동안 그 누구보다 안전하게 여가를 즐겼다. 이에 따라 각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홈루덴스족’이 주요 소비자로 주목받는 중이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재택근무, 각종 비대면 서비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외부 활동이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홈루덴스족이 늘었다. 2020년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홈루덴스 및 홈인테리어 니즈 관련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3%가 ‘나는 홈루덴스족에 해당한다’고 응답했다.
트렌드모니터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집에서 보다 많은 것을 즐기려고 하는 사람들의 성향도 강해진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집의 의미는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홈루덴스족 비율이 높았다. 해당 조사에서 자신을 홈루덴스족으로 인정한 비율은 20대가
76.4%로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 69.2%, 40대 60.4% 순이었다. 50대도 절반 이상(55.2%)이 자신을 홈루덴스족으로 생각했다.

사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홈루덴스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인 2019년 잡
코리아가 20·30대 38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2.3%가 자신을 홈루덴스족이라고 평가하기
도 했다.
홈루덴스족은 집을 ‘휴식공간’으로 여긴다. 앞서 트렌드 모니터의 조사에서 72.6%가 하루 중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시간은 집에 있을 때라고 답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긴 홈루덴스족은 자연스럽게 집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절반 이상(52.7%)은 집 인테리어를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자 관련 산업도 호황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한해 가구 소매판매액은 전년보다 23% 이상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이 중 온라인 거래액은 4조9880억 원으로 전년 대비43.5% 증가했다.

‘홈루덴스족’은 ‘갇힌’ 집안에서의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집안에서 개인의 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홈루덴스 경향의 확산은 소비와 생산 등 경제활동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생활 곳곳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다양한 방면에서 이들 ‘홈루덴스’족을 사로잡기 위한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홈루덴스는 ‘Born to be digital’ DNA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평가되는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과 맞물리면서 이른바‘홈코노미(Homeconomy)’를 정착시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가전제품과 홈퍼니싱, 홈트레이닝 수요가 급증한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이전과는 다른 다양한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용량이 늘어났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최근의 방탄소
년단(BTS)과 나훈아 공연 등 이른바 ‘랜선’ 공연을 통해 문화 욕구를 충족하는 대체로(代替路)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기업에서는 비대면 업무가 활성화되면서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등 오피스 문화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은 아침에 따스한 햇살을 받으면서 일어나고 저녁에는 여유롭게 석양을 바라보는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쾌적한 교외에서의 ‘에코로지 라이프’를 촉진하고 있다.
감염병은 교육에도 영향을 미쳐 등교 수업 대신 온라인을 통한 강의가 확산되면서 ‘원격교육’이 바탕이 되는 ‘홈스쿨링’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으며, 온라인에 오프라인 교육을 접목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나 온라인 학습 후 오프라인에서 토론을 진행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홈루덴스가 주도하는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은 현재 5000억 원 수준인 국내 홈 뷰
티 시장 규모가 2022년에는 1조6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코로나19
위기는 홈루덴스 문화의 확산을 가져왔다. 홈루덴스 문화의 확산은 기존 문화·예술 분야 가치사슬 전반에 큰 변
화와 균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2030세대 ‘플렉스 문화’로 자리매김한 ‘골프’
홈코노미와 함께 코로나19 시대의 여가와 소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스포츠로 ‘골프’가 각광받고 있다. 골프는 과거 4050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19 바람을 타고 젊은 층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골프 붐이 일어난 이유로 ‘스크린 골프’를 빼놓을 수 없다. 골프의 대중화로 스크린 골프는 MZ세대 하나의 놀이 문화로 정착했다. 1인당 2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간접적으로 ‘필드’를 경험할 수 있어서다.
KB금융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스크린 골프장 점유율 1위 ‘골프존’의 가맹점수는 지난해 말 기준 1423개에 달한다. 여기에 ‘골린이’수가 급증하면서 가맹점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 헬스장·필라테스 아카데미 등 대부분의 운동시설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면치 못한 반면 스크린골프장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다.
이는 코로나19 촉발 이후 해외여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스크린 골프로 눈을 돌리는 MZ세대의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골프는 2030세대 ‘플렉스 문화’(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이른바 ‘인싸’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스크린 골프가 급성장한 배경은 뭘까.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로 스크린골프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스크린 골프 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다.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 일반 골프 연습장보다 소수의 지인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어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도가 낮은 장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도 스크린골프 산업의 성장을 앞당겼다. 저녁 있는 삶을 추구하는 직장인들은 퇴근 후 여가 시간에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 이에 MZ세대를 중심으로 퇴근 후 스크린 골프를 즐기는 신규 입문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자영업 점포 45만 개 ‘폐업’
골프를 비롯해 비대면 산업이 성장한 반면, 코로나19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바로 비대면 산업에 취약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지 1년여 만에 소상공인·자영업 점포 45만 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30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국17개 시·도 상가업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분기 전국 상가 점포는 222만900개로 집계됐다. 상가 점포는 2020년 1분기 267만3766개에서 1년 3개월 새 45만2866개가 줄었다. 하루평균 약 995개의 점포가 문을 닫은 셈이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2020년 1분기(7만6441개)보다 점포 40.2%가 감소한 관광·여가·오락이다. 노래방,
PC방, 당구장, 나이트클럽 등이 대거 포함된 이 업종은 올해 2분기 4만5708개만 남았다. 학원, 독서실 등 학문·
교육 업종도 6만759개(-28.9%) 줄며 두 번째로 감소 폭이 컸다. 슈퍼마켓, 의류점 등이 속한 소매 업종(-19만
4635개, -21.7%)을 비롯해 미용실, 예식장 등 생활서비스 업종(-6만8055개, -15.6%)도 비교적 많이 줄었다.
집계에 따르면 국세청의 사업자 구분 기준 14개(신고 인원이 적은 광업 제외) 업종 중 9개 업종에서 매출 감소가 나타났다. 전체 매출 감소액은 11조733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후 국내 자영업자들의 실제 매출 감소 규모를 업종별로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
자영업자 1인당 매출액 증감률 추이를 보면 농·임·어업(―16.4%)과 숙박업(―12.8%)이 컸다. 소매업(―9.4%)
서비스업(―8.5%) 음식업(―7.3%) 도매업(―4.9%) 건설업(―4.3%) 제조업(―4.1%) 부동산임대업(―2.5%) 순
으로 감소 폭이 컸다.

한경연 측은 “업종별로 살펴보면 영업 금지·제한 업종이 속한 업태의 자영업자 매출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어들었다. 개별 사례들을 따져보면 절반 이상 매출이 줄어든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골목상권 등에 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애당초 규모가 작기 때문에 조금만 매출이 줄어도 폐업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서울 종로, 명동 등 임차료가 비싸고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지역의 자영업자 매출 감소 규모는 평균 감소액을 크게 웃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자영업자 10명 중 4명 “지금 폐업 고려”
지역별 매출액 감소 피해액을 살펴보면 수도권 지역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 폭이 가장 큰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인당 매출액은 1억350만 원으로 2019년(1억2680만 원) 대비 2330만 원(12.8%) 감소해 피해가 가장 컸다. 전라도·경상도 지역에서도 피해 업종 1위는 숙박업이었다. 각각 12.9%, 7.7% 매출이 감소했다. 강원 및 제주, 충청 지역의 경우 각각 10.4%, 11.4%씩 감소한 소매업 분야가 가장 피해가 큰 업종으로 나타났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실제 한경연이 국내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자영업자 10명 중 4명(39.4%)이 “현재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이 중 45.0%가 ‘매출액 감소’를 폐업 고려 이유로 꼽았고 ‘고정비 부
담’(26.2%), ‘대출 상환 부담 및 자금 사정악화’(22.0%)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 이후 경제가 정상화해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생계가 나아질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과잉경쟁이 일상화한데다 낮은 생산성과 저임금 등의 고질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고용동향을 보면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통계청의 7월 고용동
향에 따르면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 수는 548만5천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7월보다 9%(54만9천명)나 줄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이 포함된 광공업에서만 취업자가 5만명 감소했을 뿐, 건설업(6만9천명), 농림어업(4만8천
명), 전기·운수·통신·금융업(22만2천명),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52만7천명)에서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취업자 현황만 놓고 보면 도소매·음식·숙박업만 코로나 타격이 지속하고 있을 뿐 다른 업종 대부분은 경기 회복
과 정부의 재정형 일자리 등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취업상황이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
2021년 7월 기준 전체 취업자 수는 2천764만8천명으로 2019년 7월(2천738만3천명)보다 26만5천명 증가했다.
이처럼 자영업 업종에 해당하는 취업자 수가 급감한 것은 극심한 매출 절벽으로 자영업자들이 생존 위기에 몰리자 종업원을 내보내거나 영업을 아예 접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7월 현재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127만4천명으로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7월(152만명)보다 24만6천명 감소했다.

무점포 소매 37조 원 늘고, 거리상점 판매 20조 원 줄었다
코로나로 인해 급격하게 전개된 영업의 비대면화는 자영업자들에게 설상가상의 타격이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인터넷·홈쇼핑 등의 비대면 무점포 소매액은 올해 들어 7월까지 63조5천740억 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45조1천880억 원보다 40.6%(18조3천860억 원) 증가했다.
작년엔 한 해 동안은 무점포 소매액이 98조8천740억 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79조5천820억 원보다
24.2%(19조2천920억 원) 증가했다.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37조5천억 원 증가한 것이다.
반면 거리 상점인 전문소매점 판매액은 올해 1∼7월 72조1천180억 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78조7천410억
원보다 9.1%(6조6천230억 원) 감소했다.
작년엔 전문소매점 판매액이 121조9천600억 원으로 전년(135조4천100억 원)대비 10%(13조4천500억 원) 감소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전문소매점의 판매 감소액은 20조원이 넘었다.
작년부터 가속도가 붙은 온라인 쇼핑은 소비의 비대면화가 얼마나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동향에 의하면 가전, 도서, 패션, 농축수산물, 음식 등 소비 전반의 온라인 거래액은 2018
년 113조3천300억 원, 2019년 136조6천억 원, 2020년 159조4천300억 원으로 증가했다.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지난 7월 현재 24%로 10% 안팎인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자영업을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들보다는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하면서 어쩔 수없이 뛰어드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책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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