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전만 해도 PGA 투어 정식 회원도 아닌 선수가 있었다.
그는 지난 8월 비회원 신분으로 참가한 대회에서 첫 우승 차지한 후 불과 두 달 만에 2승째를 거뒀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자신의 우상인 타이거 우즈의 젊은 시절과 비교되고 있다.
선수 자신도 이런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렸을 적부터 언제나 꿈꾸던 일을 현실로 만든 선수는 바로김주형이다.

지난 8월 PGA 투어 비회원 신분으로 참가한 윈덤 챔피언십에서 2000년대생으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승리를 올렸던 ‘무서운 20살’ 김주형이 10월 10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 서머린(파71)에서 끝난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2개월 만에 2승째를 올렸다. 김주형은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로 5타를 줄이며 24언더파 260타를 기록, 공동 2위 패트릭 캔틀레이와 매슈 네스미스(이상 미국)를 3타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144만 달러(약 20억 원)를 거머쥐었다.

물과 불의 대결
김주형은 이번 대회에서 캔틀레이와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다. 현지 언론은 열정적인 김주형과 냉철한 캔틀레이의 경기를 불과 물의 대결로 묘사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작 물처럼 고요했던 건 김주형이었다. 캔틀레이는 공동 선두로 맞이한 마지막 18번 홀에서 티샷을 왼쪽 사막 지역 나무 덤불 있는 곳으로 친 데 이어 두 번째 샷도 실수하고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도 물에 빠트려 자멸했다. 김주형은 지난달 프레지던츠컵 포볼 경기에서도 캔틀레이와 잰더 쇼플리 조를 상대로 마지막 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잡아 김시우와 한 홀 차 승리를 합작한 적이 있다.

우즈 이후 26년 만에 21세 이전 PGA 투어 2승 올린 선수가 된 김주형
김주형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이후 26년 만에 21세 이전에 PGA 투어에서 2승을 올린 선수가 됐다. 우즈는 1996년 이번 대회의 전신인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첫승리를 거두고 2주 뒤 월트디즈니 월드 올드모빌 클래식에서 2승째를 올렸다. 당시 우즈의 나이는 20세 9개월이었다. 김주형은 20세 3개월이어서 우즈보다 6개월 정도 빨리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1932년 랠프 굴달(미국)이 21세 2개월에 2승을 올린 게 역대 최연소다.
메이저 대회 15승을 포함해 PGA 투어 최다승 타이인 82승을 거둔 우즈에게 비교하는 것 자체가 김주형에게 영광이다. 현지 미디어는 ‘골프 황제’ 우즈의 스무 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김주형의 실력과 스타성에 주목했다. PGA 투어 홈페이지는 아예 “골프 스타 톰 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타이거 우즈의 젊은 시절을 비추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단 한 개의 보기 없이 24타 줄인 완벽한 경기
이 글에는 김주형이 프레지던츠컵 경기에서 캔틀레이 조를 이기고는 모자를 집어 던지고 어퍼컷을 날리며 우즈처럼 포효하는 모습을 우즈와 비교하는 동영상까지 올렸다. 김주형은 또 이번 대회에서 나흘간 단 한 개의 보기 없이 24타를 줄이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PGA 투어에서 72홀 노보기 우승 기록이 나온 것은 2019년 윈덤 챔피언십에서 JT포스턴(미국) 이후 3년 만이며, 역대 세 번째다. 1974년 그레이터 뉴올리언스 오픈에서 리 트레비노가 처음 노보기 우승 기록을 세웠다.
이번 주 기침과 감기에 시달린 김주형은 “감기 기운 때문에 하루 연습 라운드를 9홀밖에 돌지 못했지만, 코스가 눈에 잘 들어오는 등 잘 맞았다”며 “베테랑 캐디 덕분에 좋은 전략을 세워 우승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주형은 이번 대회에서 레이저처럼 날카로운 아이언 샷을 앞세워 89.9%에 이르는 놀라운 그린 적중률을 기록했다. 김주형의 새 캐디조 스코브론은 리키 파울러와 13년간 호흡을 맞췄던 베테랑 캐디로 프레지던츠컵부터 함께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선수 4명이 톱10에 올라
이날 우승한 김주형과 함께 김성현이 공동 4위(20언더파),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였던 임성재가 7위(19언더파), 김시우가 공동 8위(18언더파)에 오르는 등 한국 선수 4명이 톱10에 올랐다. 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 4명이 톱10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18번 홀에서 김주형을 기다리다 우승을 확정 짓자 포옹하며 축하해 줬다. 김주형은 “형들이 함께 우승을 축하해 줘서 정말 기뻤다”며 “난 진짜 스타 선수들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고 더 배워야 한다”고 겸손함까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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