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단순히 총과 칼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매일 전쟁을 치른다. 지난 6월 세계 골프계는 새로운 전쟁에 돌입했다. 한 번도 깨질 것 같지 않았던 PGA투어의 아성에 도전하는 소위 LIV 골프 투어는(이하 ‘리브 투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대한 머니 파워를 등에 업고 선수 영업에 나섰다. 선수들은 그동안의 전통과 명예를 이유로 들며 리브 투어 합류에 다소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지만, 대회가 실제로 개최된 후에는 압도적인 머니 파워에 매료되며 PGA투어 이탈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머니 파워에 동조한 이는 필 미켈슨이다. 미켈슨은 PGA투어에서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다. 우즈와 더불어 지난 20년 간 PGA의 한 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미켈슨이 PGA투어를 향한 원색적 비난을 시작하며 슈퍼리그에 합류했다. 투어는 이에 대거리하며 슈퍼리그에 대한 배타적 자세를 취했다. 문제는 이 지점부터 발생한다. 오히려 PGA투어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리브 투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적었을 지 모른다. PGA투어가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자 이때다 싶어 리브 투어는 PGA투어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자신들이 가진 ‘머니파워’를 통해 본격적인 머니게임에 시동을 걸었다.

리브 투어가 표방하고 있는 머니게임은 확실히 PGA투어를 압도한다. 2021∼2022시즌 PGA투어는 47개 대회를 개최한다. 총상금은 4억 8,280만 달러(약 5,863억 원)다. 대회당 평균 상금은 1,027만 달러(약 126억 원)다.
반면 리브 투어가 여는 리브 골프 인비테이셔널시리즈는 6월 9일 영국 런던에서 첫 번째 대회를 시작으로 7, 9월에는 미국에서 각각 2개 대회씩 총 4개 대회를 개최 예정이다.
총상금 5,000만 달러(약 607억 원)가 걸린 팀 챔피언십을 제외하고, 7개 대회는 모두 총상금 2,000만 달러(약 243억 원)와 보너스상금 500만 달러(약 60억 원)의 규모다.


48명의 선수가 컷 탈락 없이 3라운드로 대회를 치러 우승자에게는 400만 달러(약 49억 원)가 주어진다. 12명씩 4개 팀으로 나눠 팀 순위 상위 3개 팀에 보너스 상금을 나눠 지급한다. 7개 대회가 끝난 뒤 개인전 상위 3명에게는 3,000만 달러(약 364억 원)도 추가로 주어진다.
리브 투어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의 대회당 평균 상금은 3,187만 달러(약 391억 원)에 달한다. 이는 PGA투어 역대 최고 상금을 걸고 치른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의 2,000만 달러도 훌쩍 뛰어넘는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은 높은 상금액으로 ‘제 5의 메이저대회’ 라는 수식어까지 붙는다. 좋게 말해 상금액이 크니 메이저대회 급이란 소리다. 그 화려한 수식어도 리브 투어 앞에서는 초라한 명함으로 보인다.

리브 투어 인비테이셔널시리즈 참가인원 수도 144명인 PGA투어의 3분의 1 수준이다. PGA투어 선수들은 리브 투어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참가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많은 상금을 적은 선수끼리 나눠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탓에 PGA투어 슈퍼리그에 나가는 소속 선수는 제명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PGA투어도 슈퍼리그의 머니파워가 두렵고,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기 때문이다. 이제 PGA투어와 슈퍼리그는 서로를 향해 칼을 들이밀어야 한다. 죽여야 살 수 있는 이 머니게임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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