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지루했던 분쟁이 끝났다. 영종도 골프장 분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분쟁의 시작은 창대했다.
그 끝은 허무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수많은 소문이 있었고, 여론전이 있었다.
모두가 각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이권을 챙기려 이전투구를 벌였다.
한국골프산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영종도 골프장 관련 공방 과정을 살펴보자.

사건의 발단
영종도 골프장은 인천공항공사가 보유한 영종도 부지에 만들어진 시설이다. 스카이72 골프&리조트(이하 ‘스카이72’가 지난 2002년 인천공항공사에서 2020년까지 사업권을 따낸 뒤 2005년에 개장해 2023년 2월 초까지 버티며 영업해왔다. 스카이72와 인천국공항공사 계약상의 영업권은 2020년 12월 31일로 종료됐다. 당시 인천공항공사 측에서는 스카이72가 아닌 새로운 사업자를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스카이72 측에서는 15년에 걸쳐 만들어 낸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분쟁을 예고했다.

분쟁의 시작

영종도 골프장 분쟁은 스카이72가 인천공항의 5활주로 건설 예정지를 빌려 골프장과 클럽하우스를 조성하고 운영하던 중 계약 종료일이 다가오면서 불거졌다. 2002년 실시협약에서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는 계약 종료일을 ‘5활주로를 건설하는 2020년 12월 31일’로 정했다. 문제는 5활주로 착공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종료일’에 대한 해석이 달라졌다.
인천공항공사는 계약대로 2020년 12월 31일에 계약이 끝났다고 통보했다. 스카이72의 퇴거는 물론, 잔디와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시설을 모두 넘기라 요구했다. 또 골프장 새 운영사로 KMH신라레저를 선정하는 등 새로운 운영 주체까지 선정했다.
스카이72는 즉각 반발했다. 계약 만료일을 2020년 12월31일로 정한 건 맞지만, 어디까지나 5활주로 착공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걸 전제로 한 계약이니만큼 계약기간이 남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시설을 대가없이 인계하는 것은 당초 계약 내용에 없는 부당한 조건이라고 맞섰다.

양측의 입장
인천공항공사는 법과 원칙, 그리고 공익성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공사 측에서는 임대계약이 종료된 뒤 일관되게 새로운 입찰을 진행해 왔다. 영종도 골프장도 예외는 없다고 공사 측은 밝혔다. 토지 사용 기간이 정해진 계약에서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거나 계약 연장을 진행하면 그것이 오히려 특혜가 될 수 있기에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 공사 측 방침이다.
이 방침에 스카이72는 영종도 골프장을 국내 최고의 골프장으로 만들고 유지해 온 자사의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익성을 내세운 공항공사의 전략에 스카이72 측에서는 임대계약 연장 없이 입찰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위법성과 부당성을 지적했다. 또한 인천공항공사에서 입찰을 진행하면서 골프장 시설의 지상권과 골프장 조성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 등 1,500억 원이 넘는 재산권 침해 주장했다.

법정 공방의 시작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섰다. 그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다툼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인천공항공사는 스카이72 측을 상대로 토지 반환과 소유권 이전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스카이72는 토지 반환과 소유권 이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골프장 부지를 임차하는 동안 시설에 투자한 비용(유익비)을 돌려달라는 맞소송을 냈다.
소송 도중 공사가 스카이72에 대한 단전과 단수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스카이72는 발전기를 동원해 계속 골프장을 운영했다. 인천공항공사 임직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공항공사가 새 운영사를 선정 입찰하는 과정 중 경영진이 배임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입찰 참여사인 ‘써미트’가 인천공항공사를 고발하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손을 들어준 법원
법정 공방 속에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인천공항공사의 손을 들어 주었다. 두 재판부 모두 양측에서 맺은 협약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에 계약일이 종료됐다고 주장한 공사 측의 주장이 옳다고 본 것이다. 또한, 스카이72가 요구한 유익비 청구도 기각되었다. 유익비를 인정할 경우, 본래의 투자 비용보다 훨씬 큰 비용을 회수하게 해주는 결과를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의 판결도 1, 2심과 다르지 않았다.

버티기 들어간 스카이72

지난해 12월께 대법원까지 인천공항공사의 손을 들어주자 스카이72는 궁지에 몰린다. 스카이72는 “대법원판결을 존중한다”라고 밝히면서도 “2,600억 원을 투자, 바다를 매립해 최고의 골프장을 만든 스카이72의 성과가 인정받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영업권은 여전히 스카이72가 보유하고 있어 후속 사업자는 영업할 수 없다. 이로 인해 1,100여 명 종사자는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스카이72가 계약기간 후 골프장 부지를 무단점거하며 영업을 지속하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시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스카이72 측에서도 “인천국제공항의 업무상 배임, 입찰 비리 등의 수사가 인천지검에서 확대 진행되고 있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국토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라고 언급하며 공사와 얽힌 각종 논란의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허무한 마무리
대법원 판결에도 한동안 퇴거를 거부하고 영업을 하며 ‘버티기 영업’ 논란을 산 스카이72는 지난 2월 결국 백기를 든다. 스카이72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2월 말 영업 종료 공지를 알린다. 완전한 영업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다. 스카이72의 영업 종료가 확정된 후 KX그룹은 홈페이지를 단정한 후 예약 페이지를 열었다. 실제로 3월 20일 정식으로 오픈한 원더클럽은 클럽72를 포함해 KX그룹이 운영 중인 7개 골프장(여주 신라 CC, 파주CC, 떼제베CC와 관계사가 운영하는 파가니카CC, 알펜시아 CC, 알펜시아 700GC)의 예약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클럽72의 예약이 시작되자 오션·하늘코스의 주말 시간은 모두 마감됐다.
KX그룹은 클럽하우스 등 시설과 코스 보수 공사를 지속한 후 4월 1일 달라진 모습으로 골퍼들과 만나겠다는 계획이다. KX그룹 관계자는 “이전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골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 공사를 마무리하고 이용요금도 낮춰 골퍼들의 부담을 덜겠다”고 공언했다. 지루한 분쟁의 끝에서 시작된 ‘초심’이 과연 언제까지 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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