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피쉬 골프 아카데미의 다음 대어?
2021년 동계 훈련 기간 고진영은 15세 중학생과 같은 방을 썼다. 당시 고진영의 스윙 코치 이시우가 국가대표 상비군이던 중학생 김민솔을 고진영과 같은 방에 배정한 것.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고진영은 저녁마다 한참 어린 후배의 손을 잡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스트레칭부터 코어 운동까지 매일 저녁 함께 훈련하며 동기부여를 해주기도 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김민솔을 가르친 교습가 이시우는 김민솔에 대해 “미션을 주면 말없이 해내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끝장을 보는 외골수 성향”이라고도 했다. 여기에 투어 프로들과 플레이를 함께 하자 창의적인 플레이가 덧붙었다.
김민솔의 멘탈 트레이닝을 책임지고 있는 정그린 그린코칭솔루션 대표는 “잠재력의 한계가 없는 선수”라는 극찬을 남긴 바 있다. 선하고 바른 생각을 바탕으로 목표의식이 강하고, 이를 실행하는 실행력까지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고,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는 현명한 선수”이기 때문에 자기가 하기에 따라 잠재력이 무한대로 확장될 것이라며 “요즘 유심히 지켜보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177㎝의 신장에서 260~270야드의 드라이버 샷이 터져 나온다. 안정적인 숏 게임 능력마저 지녔다. 2022년 10월에 참가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1, 2라운드에서 2위에 올랐고, 최종일에는 쟁쟁한 프로들 사이에서 공동 10위로 이름을 올렸다. 최나연이 은퇴식을 했던 바로 그 경기다. 김민솔은 같은 해 송암배와 블루원배에서 우승해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했었다.

변별력 높은 메이저에서 이룬 성과
지난 6월 중순, 우승상금 3억 원의 메이저 대회가 열렸다.
대회에 걸린 타이틀이 묵직한 만큼 어렵기로 소문난 레인보우 힐스에서 열린 대회다. ‘DB그룹 제37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다. 코스도 어렵고, 선수들도 압박감을 더 느끼니 체력적인 부담도 크기 때문에, 가혹한 만큼 ‘실력’의 변별력도 높아진다.김민솔은 여기서 1라운드 4언더파를 기록했다. 2라운드가 끝나고서는 7언더파를 기록하고 있었다. ‘아마추어가 꽤하네?’라는 수군거림이 들려온 건 이때부터였다. 디펜딩 챔피언 임희정을 비롯한 베테랑들이 연방 기권을 하거나, 한두 번의 실수로 인해 무너지던 3라운드는 10언더파로 마무리했다. 결국 마지막 날 2개의 보기와 1개의 버디로 1타를 잃어 9언더파로 마무리했다. 순위는 요즘 대세 ‘또민지’
라고 까지 불리는 박민지와 공동 4위였다.
이런 대회는 무빙데이에서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다. 그런데 이 위치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꾸준히 보여준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김민솔은 여전히 고2다. 아직 아마추어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뛴 이후 프로턴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밟아 본 무대인 만큼 LPGA로 직행할 가능성도 있다. LPGA 투어는 18세를 입성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특별 승인 제도가 있다. 더 수식하고 싶지가 않다. 골프팬의 한 사람으로서 설렐 뿐이다.

‘K’ will be back
통상 이런 류의, 루키를 조명하는, 기사에는 모종의 예측이 붙는다. 이번에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김민솔이 얼마나 잘했고, 잘할 것 같은지는 에디터가 구구절절 읊지 않아도 그의 플레이를 봤다면 더 잘 느꼈을 게 뻔하니까.
그저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꼭 챙겨봐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아, 그리고 최근 다소 LPGA에서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아쉽다는 그간의 우려와 아쉬움. 잠시 접어둬도 괜찮겠다. 우리에겐 김민솔이 있지만, 지금 김민솔‘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루키군단(?)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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